제자훈련, 성령충만, 그리고 ‘생각하는 믿음’
요즘 제자훈련을 지성 중심의 성경공부로만 이해하고, 여기에 성령사역을 따로 “접목”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구분은 오히려 성령님에 대한 오해를 낳을 수 있습니다. 종교개혁자들은 성령님이 항상 말씀과 함께(Cum Verbo) 역사하신다고 가르쳤습니다. 진정한 성령 충만은 말씀 중심의 삶과 분리될 수 없습니다.
성령충만은 ‘엑시타시’가 아니다
오순절 마가의 다락방에서도 성령이 임하실 때 베드로는 요엘서와 시편을 인용하여 그리스도 중심의 설교를 전합니다.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사람들이 “우리가 어찌할꼬?”(행 2:37)라고 반응한 것은, 성령께서 그들로 생각하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는 “참된 변화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합니다.
생각 없는 세상, 생각하는 성도
오늘날 세상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준 없이 환경과 군중심리에 휘둘립니다. 예수님은 산상수훈에서 “공중의 새와 들의 백합화를 보라”고 하셨습니다. 염려하지 않기 위해선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섭리와 손길을 볼 수 있는 눈, 곧 믿음의 생각이 필요합니다.
믿음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사고(思考)**입니다. 믿음 없는 사람은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두려움이란 결국 ‘생각의 부재’입니다. 믿음은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진리 위에 사고를 세우는 것입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기 위해선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 인생의 주인이심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말을 거는 용기
시편 기자는 낙심과 불안 속에서도 스스로에게 말을 겁니다.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심하며 불안해하는가?”(시 42:11) 마틴 로이드 존스는 《영적 침체》에서 말합니다. “자아가 우리에게 말하게 두지 말고, 우리가 자아에게 말해야 한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믿음으로 사고하고 진리로 말할 때,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십자가를 생각하라
우리의 신앙생활에서 가장 강력한 위로와 확신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입니다. 아무리 이해되지 않는 상황일지라도, 십자가를 기억하면 믿음의 눈으로 고난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자기 아들을 내어주신 사랑은, 우리 삶의 모든 상황 속에서도 선하신 뜻이 있음을 확신하게 합니다.
생각하는 믿음, 흔들리지 않는 삶
결국 신앙의 성장은 무엇을 생각하느냐, 누구를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성령님은 진리 가운데 역사하시며,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를 생각하게 하십니다. 그 사랑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
“내가 확신하노니… 어떤 피조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롬 8: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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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제자훈련과 성령충만은 분리되지 않습니다. 성령님은 말씀 안에서 우리를 변화시키시고, 믿음으로 생각하게 하시며, 그리스도를 바라보게 하십니다. 생각하는 믿음이야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참된 신앙의 모습입니다.